Pages

Friday, August 21, 2020

“지켜주지 못해 미안” 출동 중 급류 휩쓸린 소방관 영면 - 세계일보

kalihderes.blogspot.com
실종 17일 만에 사고 지점 8㎞ 떨어진 곳에서 수습
“당신의 뜨거운 헌신 영원히 기억할 것” 유족 오열
올해 29세… 정 총리 “송 소방사만 생각하면 눈물”
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충북 충주소방서 고 송성한 소방교가 영결식장으로 운구되고 있다. 뉴스1

중부지방이 물폭탄을 맞은 지난 2일 충북 충주시. 수백㎜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하천 범람, 도로 침수, 산사태 등 피해가 발생했다. 그날 충주소방서가 접수한 산사태 신고에 인명피해가 걱정돼 재빨리 현장으로 출동하던 송성한(29) 소방교는 산척면 영덕리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도로가 끊기는 바람에 우회로를 찾아보던 중 갑자기 덮친 급류에 휩쓸렸다. 앞날이 촉망되던 20대 소방관은 그렇게 영영 동료와 가족 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.

실종 17일 만인 지난 19일 사고 지점에서 8.7㎞ 떨어진 충주시 엄정면 강배체험관 인근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송 소방교의 영결식이 21일 고인의 직장인 충청소방서에서 충청북도장(葬)으로 엄수됐다. 순직 당시 소방사였던 고인은 소방교로의 1계급 특진, 그리고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.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한 공로를 기리고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.

“생사의 갈림길에 선 국민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당신의 뜨거운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.”

영결식은 유가족과 충주소방서 직원, 이시종 충북지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침통한 분위기였다. 유족과 직원들은 고인의 동기생인 충주소방서 황혜린 소방사가 고별사를 읽는 대목에서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았다.

“사고가 있던 그 날 서로 몸조심하자고 약속했는데 오빠(송 소방교)를 집어삼킨 시커먼 급류를 바라보면서 발만 동동 굴렀던 제가 한없이 무기력해집니다.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, 오빠.”

황 소방사가 “생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의 길을 숙명으로 여긴 당신은 영원한 소방관”이란 말로 고별사를 마치는 순간 영정사진 속 송 소방교 얼굴에 잔잔한 미소와 더불어 안도의 표정이 어리는 듯했다. 

이시종 지사가 조사를 통해 “고인은 구조를 기다리는 도민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임무 수행에 나섰다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”며 “고인의 살신성인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”이라고 애도하는 동안에도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인사들의 흐느낌은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.

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충북 충주소방서 고 송성한 소방교의 영정 앞에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. 연합뉴스

송 소방교는 2018년 11월 충주소방서 구급대원으로 임용됐다. 지난해 1월 충주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에 배치됐다. 그동안 화재 현장에 200여회 출동하고 500여회의 구조·구급활동을 펼친 ‘소방 영웅’이었다.

지난 2일 그가 산사태 현장으로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하던 중 실종됐다는 소식은 온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만들었다.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던 5일 충주의 물난리 피해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 “송성한 소방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”며 “충북도민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”고 말했다.

김태훈 기자 af103@segye.com

[ⓒ 세계일보 & Segye.com,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]

Let's block ads! (Why?)




August 21, 2020 at 11:01AM
https://ift.tt/2YkxUod

“지켜주지 못해 미안” 출동 중 급류 휩쓸린 소방관 영면 - 세계일보

https://ift.tt/2XTPuzy

No comments:

Post a Comment